대한민국에서 ‘노잼도시’라는 별명을 오랫동안 안고 살아왔던 도시 대전. 하지만 미식가들과 전국 ‘빵돌이·빵순이’들에게 대전은 결코 심심한 도시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에게 대전은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고소한 향기가 진동하는 ‘빵의 수도’, 일명 ‘빵티칸(빵+바티칸)’으로 불린다.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는 자타공인 ‘빵 덕후’ 무지개 회원(배우 서범준)이 대전으로 향해 본격적인 빵지순례에 나서는 모습이 그려졌다. 한 달 빵값으로만 수십만 원을 지출한다는 그가 선택한 대전 빵 투어는 단순한 맛집 탐방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문화적 현상이자 축제 그 자체였다.
전국 빵 덕후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대전 빵지순례의 매력과 방송에 등장해 열풍을 일으킨 핵심 빵집 코스, 그리고 실전 투어 팁까지 상세히 살핀다.
대전이 빵지순례의 성지로 떠오른 배경에는 대한민국 제빵 역사의 살아있는 전설, ‘성심당’이 존재한다. 1956년 대전역 앞 작은 찐빵 집으로 시작한 성심당은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전을 지키며 지역의 독보적인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타 지역에 체인점을 내지 않는 ‘대전 한정’ 영업 방침은 역설적으로 전국 각지의 식객들을 대전으로 모여들게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 대전의 빵 문화는 성심당 하나에만 머물지 않는다. 성심당 출신의 실력파 제빵사들과 젊은 감각을 무장한 신진 파티시에들이 대전 곳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대흥동, 갈마동, 궁동, 도안동 일대에 저마다의 독창적인 베이커리가 개업하기 시작했다.
이제 대전은 성심당 하나를 보고 가는 도시가 아니라, “버스나 택시를 타고 하루 종일 골목골목의 수제 베이커리를 순례하는 도시”가 되었다. 《나 혼자 산다》 속 주인공 역시 45인승 대전 빵지순례 투어 버스(빵티칸 순례버스)에 올라 수많은 ‘동료 순례자’들과 설렘을 공유하며 출발했다.
방송을 통해 소개되거나 대전 빵지순례 필수 노선으로 입소문을 탄 명소들은 저마다 확실한 대표 시그니처 메뉴를 자랑한다.
주요 메뉴: 튀김소보로, 부추빵, 명란바게트, 딸기시루(계절 한정 케이크)
특징: 대전 빵지순례의 시작이자 끝. 바삭한 소보로 안에 달콤한 팥앙금을 가득 채우고 튀겨낸 ‘튀김소보로’는 대전 방문객의 필수 쇼핑 품목이다. 케익부띠끄에서 선보이는 가성비 넘치는 고품질 케이크와 디저트 라인업 또한 긴 대기 줄을 자랑한다.
주요 메뉴: 밀키연유마들렌, 피칸마들렌, 다양한 휘낭시에
특징: 대전 빵 축제 어워즈에서 내노라하는 베이커리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던 구움과자 전문점이다. 겉은 은은하게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적셔진 ‘밀키연유마들렌’은 씹는 순간 폭발하는 풍미로 빵 덕후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주요 메뉴: 과일 타르트, 까눌레, 너를 생각하는 꿈돌이
특징: 고급스러운 프렌치 디저트를 지향하는 곳으로, 계절별 생과일을 활용한 타르트의 비주얼과 정교한 레이어링이 일품이다. 정성스러운 디저트 세공 기술이 돋보여 눈과 입이 동시에 즐거운 공간이다.
주요 메뉴: 크랙 소금빵, 두바이초코 크림 소금빵, 고메버터 소금빵
특징: 바삭한 식감의 극치를 보여주는 ‘크랙 소금빵’ 명가들이다. 겉은 튀기듯 바삭하고 속은 풍성한 버터 동굴이 뚫려 있어 씹을수록 버터의 고소함과 짭조름한 소금 맛이 조화를 이룬다.
주요 메뉴: 수제 찹쌀모찌, 생과일모찌 4대장
특징: 얇고 쫀득한 찹쌀떡 안에 달콤한 앙금과 신선한 제철 과일이 통째로 들어간 과일 모찌 전문점이다. 빵지순례 중 색다른 식감의 디저트로 코스 중간에 들르기 좋다.
방송 속 주인공처럼 성공적인 빵지순례를 마치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와 전략이 필요하다. 대전의 빵집들은 조기 소진(Sold-out)되는 경우가 많고 이동 동선이 꽤 넓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빵지순례를 위한 4단계 전략]
1단계: 보냉백과 아이스팩 준비
- 크림류 빵, 마들렌, 타르트 등 온도에 민감한 디저트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 아이템.
2단계: 이동 수단 결정 (전용 버스 vs 대중교통)
- 대전시 '빵시투어' 버스나 민간 '빵티칸 순례버스' 활용 시 대기 없이 주요 빵집을 효율적으로 순회 가능.
3단계: 단짠단짠 & 해장 코스 배치
- 빵만 연속으로 먹다 보면 느껴지는 느끼함을 달래줄 매콤한 '국물 떡볶이(예: 떡반집)'나 칼국수집을 중간에 배치.
4단계: 성심당 일정은 마지막에
- 성심당은 KTX 대전역 내부에도 입점해 있으므로, 이동 동선을 고려해 여행의 가장 마지막 단계로 배치하는 것이 유리.
빵지순례자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공유되는 꿀팁 중 하나는 바로 ‘빵 해장’이다. 달콤하고 고소한 빵을 여러 개 먹다 보면 입안이 물리게 되는데, 이때 대전의 명물인 ‘떡반집’의 두툼한 계란지단 토스트와 국물 떡볶이를 곁들이면 깔끔하게 입안을 리셋하고 다음 빵집으로 향할 수 있다.
《나 혼자 산다》에서 방송된 대전 빵지순례 편이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이유는 단순히 맛있는 빵을 보여주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버스 안에서 만난 수많은 순례자들이 서로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빵집 가보셨어요?”, “이 빵 진짜 맛있어요”라며 소소한 빵 이야기 하나로 금세 친구가 되는 따뜻하고 유쾌한 광경 때문이었다.
지친 일상 속에서 주말을 활용해 기차에 몸을 싣고, 빵 봉지를 한가득 손에 쥔 채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도시. ‘노잼’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던지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달콤한 ‘유잼도시’로 변모한 대전은, 빵 한 조각이 선사하는 작은 행복의 가치를 증명해 내고 있다. 이번 주말, 소중한 사람과 함께 혹은 나 홀로 카메라와 보냉백을 들고 대전으로 빵지순례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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